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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가족 vs 우리들의 블루스 (감정선, 가족구조, 서사)

by lee830111 202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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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가족 포스터에 주요등장인물들이 코믹하게 보여지는 사진

최근 드라마계에서는 ‘전통적 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대표작이 바로 디즈니+의 ‘조립식 가족’과 tvN의 ‘우리들의 블루스’입니다. 두 작품은 가족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로 접근하며, 감정선, 서사 구조, 인물의 서사적 깊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드라마의 핵심적인 가족구조와 감정선의 차이를 비교 분석해 보고, 변화하는 드라마 흐름 속 ‘대안 가족’ 서사의 현재와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정선 비교: 조립식 가족의 무심함 vs 블루스의 울림

‘조립식 가족’은 정재영이 연기한 비혼주의자인 중년 남성과, 자신이 입양한 딸을 홀로 키우던 여성(강지원 분)이 한 집에 살게 되며 시작됩니다. 이들은 법적으로나 혈연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일상에 천천히 스며듭니다. 초반부에는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며 무심한 대사와 건조한 연출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시청자는 그 무심함 속에서 오히려 섬세한 감정선을 포착하게 되죠.

반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를 배경으로 여러 가족군을 옴니버스 형태로 담으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폭발시키는 정통 멜로 서사를 따릅니다. 이병헌, 김혜자, 신민아 등 다양한 배우들이 각자의 서사 안에서 실수하고 후회하며, 그 속에서 진심 어린 감정을 토해냅니다. 특히 자식을 키우는 고통, 부모를 돌보는 슬픔, 세대 간의 갈등 등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눈물을 자아냅니다.

즉, ‘조립식 가족’은 감정을 말보다 행동으로, ‘우리들의 블루스’는 감정을 말과 눈물로 드러내는 전혀 다른 방식의 드라마입니다. 두 작품 모두 감정선이 깊지만,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감정의 방식과 리듬은 완전히 상반됩니다.

가족구조의 확장: 선택된 관계 vs 피의 연대

‘조립식 가족’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비혈연 가족’입니다. 이들은 누가 누구를 돌봐야 할 의무도, 사회적 강제성도 없지만, 함께 살며 ‘서로를 선택한 관계’로 기능합니다. 이는 기존 가족 드라마와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으로, 특히 MZ세대와 비혼주의자들에게 높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가족을 선택의 결과로 바라보는 서사는 ‘함께 산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하며, 현대인의 삶을 깊이 반영합니다.

반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피로 맺어진 관계의 복잡함’에 집중합니다. 자식과 부모, 형제자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용서를 통해 가족의 진짜 의미를 찾아갑니다. 이들은 때로는 얽매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가족이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정 밀도를 완성합니다.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가족의 정의’입니다. 조립식 가족은 가족의 기능과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들의 블루스는 혈연적 책임과 감정적 유산에 주목합니다.

서사 흐름과 연출: 일상적 정적 드라마 vs 감정 몰입형 구성

‘조립식 가족’은 마치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미니멀한 연출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갈등보다는, 일상 속에서 아주 서서히 인물이 변화하고 관계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서사 흐름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시청자의 해석과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 하나에도 정서적 결이 다양하게 담겨 있죠.

반대로 ‘우리들의 블루스’는 각 인물의 사연을 중심으로 극적인 사건을 배치하고, 시청자에게 감정을 몰입시킵니다. 병, 이별, 출산, 죽음 등 굵직한 테마를 중심으로 각 인물이 감정을 폭발시키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끌어갑니다. 한 회 한 회가 짧은 영화처럼 구성되어 있어, 감정의 완급 조절이 빠르고 강렬한 몰입을 유도합니다.

연출 역시 크게 다릅니다. 조립식 가족은 카메라 워크와 색감, 음향까지도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다면, 블루스는 감정선을 드러내기 위한 음악, 클로즈업, 플래시백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합니다. 즉, 하나는 ‘보여주는 연출’, 하나는 ‘느끼게 하는 연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조립식 가족’과 ‘우리들의 블루스’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하나는 선택과 일상, 또 하나는 피와 감정의 울림으로 접근하죠. 이 두 드라마는 한국 가족 드라마의 다양성과 서사의 확장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두 작품 모두 꼭 시청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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