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SBS를 통해 방영되며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물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오랜 시간 함께했던 두 사람의 이별과 재회,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결을 통해 20대 연애의 복잡하고도 현실적인 민낯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는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관계의 다층적 구조를 보여준다. 설렘과 애틋함, 싸움과 후회, 그리고 ‘다시는 안 볼 거야’와 ‘그래도 보고 싶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감정선은 20대를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해 우리는’이 어떻게 20대의 연애를 섬세하게 그려냈는지를 감정기복, 자존심 싸움, 재회라는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 본다.
감정기복: 사랑은 늘 같은 온도가 아니다
20대의 연애는 언제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로는 불같고, 때로는 얼음처럼 식는다. ‘그해 우리는’은 바로 그런 감정의 기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드라마 속 주인공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는 고등학생 시절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만난다. 연수는 차가운 현실주의자, 웅은 느긋한 감성형 인간. 두 사람은 성향부터 전혀 다르지만,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끌렸고, 사랑했다. 그러나 연애는 ‘다름’을 아름답게 포장해주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들의 감정기복을 굉장히 생활적인 톤으로 묘사한다. 작은 오해, 무심한 말 한마디,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면서 결국 이별로 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시청자는 이들의 대화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고, 동시에 “나도 저랬지…”라는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해 우리는’은 감정이 급변하는 순간을 억지스러운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자존심 싸움: 솔직함보다 두려움이 앞설 때
드라마에서 최웅과 국연수의 관계가 한 번의 이별로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되는 이유는, 둘 다 아직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있다고 해서 그걸 곧장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대의 연애는 종종 감정보다 자존심이 앞서기 마련이다.
국연수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성공한 홍보전문가로 자립적인 삶을 살지만, 사랑 앞에서는 오히려 위축된다. 반면 최웅은 예술가 기질이 다분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만 연수를 향한 감정에는 유독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끊임없이 심리적인 거리를 둔다. 표현하는 순간 관계가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 솔직해질 용기를 내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듯한 거리감. 이 모든 것이 ‘자존심’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감정적 방어기제다.
재회: 진짜 어른이 되는 첫 번째 경험
‘그해 우리는’의 가장 큰 묘미는 이별한 연인의 재회라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많은 로맨스 드라마가 연애의 시작을 다룬다면, 이 작품은 관계의 끝과 다시 시작되는 타이밍에 집중한다.
이들의 재회는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연한 만남과 일상적인 사건들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시간이 흘렀고, 감정은 정리된 줄 알았지만, 가까이에서 다시 만나자 감정은 다시 살아난다.
최웅은 과거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국연수도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용기를 가지게 된다. 결국 이들의 재회는 과거를 반복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다.
결론: 우리 모두의 연애가 담긴 거울
‘그해 우리는’은 특정한 캐릭터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누구나의 연애 경험이자 기억일 수 있는 이야기다. 감정 기복 속에서 갈등하고, 자존심을 앞세우며 오해하고, 그러나 결국 서로의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은 20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연애를 가장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연애의 ‘로맨틱한 순간’보다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 후회와 성장, 그리고 다시 손을 잡는 그 용기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해 우리는’은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드라마가 아니라, 사랑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다.